<위정爲政> 2-6
孟武伯問孝. 子曰: "父母唯其疾之憂."
맹무백문효. 자왈: "부모유기질지우."
맹무백이 효에 대해 여쭙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부모께서는 혹여 자식이 병들까 근심하신다."
* 맹무백(孟武伯)은 맹의자(孟懿子)의 아들이고 이름은 체(彘)이다.
*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이르지(지극하지) 않는 바가 없으나 행여 자식이 질병이 있을까 염려해서 항상 근심함을 말한 것이다. 자식이 이것을 체득하여 부모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으로 삼는다면 그 몸을 지키는 모든 것이 스스로 삼가지 않음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니, 어찌 효(孝)가 되지 않겠는가! 옛 주석(구설, 舊說)에 “자식이 부모로 하여금 자식이 불의(不義)에 빠짐을 근심하지 않고, 오직 자식의 질병을 근심하게 하여야 효(孝)가 될 수 있다.” 하였으니. 이 역시 통한다.
(해설) 《효경》<기효행장紀孝行章>에 "효자가 부모를 섬기면서 만약 부모가 병이 들면 한없이 근심스런 마음으로 돌봐 드려야 한다. (孝子之事親也, 病則致其憂.)"라고 했습니다. 당연한 말입니다. 자식이 어찌 부모의 병환을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맹무백과 같은 사람이라면 오히려 자신의 행실을 한껏 삼가함으로써 "부모로 하여금 자식이 불의에 빠진 일로 근심하지 않도록 하는 것(使父母不以其陷於不義爲憂"(《집주》)이 더 큰 효도’라는 게 공자의 생각입니다. 이는 보다 심층적인 의의가 있는 가르침’인바, 진정한 효도는 부모의 마음을 편안하고 기쁘게 해드리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위정爲政> 2-7
子游問孝. 子曰: "今之孝者, 是謂能養, 至於犬馬, 皆能有養, 不敬, 何以別乎?"
자유문효. 자왈: "금지효자, 시위능양, 지어견마,
개능유양, 불경, 하이별호?"
자유가 효를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지금의 효라는 것은 능양(能養, 봉양만 잘함)이라고 이를 수 있다. 개와 말에게도 모두 길러줌이 있으니, 공경하지 않는다면 (부모를 봉양함과 犬馬를 기르는 것이) 무엇으로써 분별하겠는가?”
* 자유(子游)는 공자의 제자이니, 성은 언(言)이요 이름은 언(偃)이다. 양(養)은 음식으로 공양함을 이른다. 犬馬도 사람에게 의뢰하여 먹으니, 또한 공양하는 것과 비슷하다. “사람이 犬馬를 기름에도 모두 음식으로 길러 줌’이 있으니, 만약 그 어버이를 봉양하기만 하고 공경함이 지극하지 않다면 犬馬를 기르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라 말씀하신 것이다. 이는 불경(不敬)의 죄를 심히 말씀하신 것이니, 깊이 경계하여야 한다.
* 호씨(胡氏, 胡寅)가 말하였다. “세속에서 어버이를 섬김에 봉양만 잘하면 충분하다고 여겨서 은혜에 익숙하고 사랑을 믿어 점점 불경(不敬)으로 흐르게 되면 작은 잘못이 아님을 알지 못한다. 자유(子游)는 성문(聖門)의 고제(高弟)이니 반드시 이에 이르지는 않을 것이나 성인(聖人)께서 다만 그 사랑이 공경을 넘을까 염려하셨다. 그러므로 이것으로 깊이 경계하여 일깨우신 것이다.”
(해설) 자유는 사람을 대함에 친애함’은 넘치나 공경함이 부족했다고 합니다. 공자의 '인재시교因材施敎'를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공자는 부모에 대한 효도에서 물질적인 부양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견지에서, 무엇보다 부모를 공경하는 것이 핵심임을 강조했습니다. 공자가 《예기》<방기>편에서 "소인들도 모두 능히 그 부모를 부양’하나니, 만약에 군자가 부모를 공경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들을 분별하겠는가? (小人皆能養其親, 君子不敬, 何以辨")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의 가르침입니다. 증자는 "효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가장 큰 효는 부모를 존경함’이요, 그 다음은 부모를 욕되게 하지 않음’이요, 마지막으로 부모를 능히 부양함이다. (孝者三: 大孝尊親, 其次不辱, 其下能養."(《대대례》<증자대효曾子大孝>)라고 했고, 맹자는 "먹이기는 하나 사랑하지 않으면 돼지로 기르는 것이요, 사랑하기는 하나 공경하지 않으면 개나 말로 기르는 것이다. (食而弗愛, 豕交之也; 愛而不敬, 獸畜之也.(《맹자》<진심상盡心上>)라고 했는데, 모두가 공자 사상의 직, 간접적인 부연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요컨대 부모를 '효경(孝敬')하는 사람이 바로 진정한 효자’라는 뜻이니,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한다 하더라도, 이 같은 효의 기본 정신은 변할 수 없으리라.
<위정爲政> 2-8
子夏問孝. 子曰: "色難. 有事, 弟子服其勞; 有酒食, 先生饌, 曾是以爲孝乎?"
자하문효. 자왈: "색난. 유사, 제자복기로; 유주사, 선생찬, 증시이위효호?"
자하가 효를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얼굴빛을 온화하게 하는 것이 어려우니, (父兄에게 일이 있으면) 제자(弟子, 子弟)가 그 수고로움을 대신하고, 술과 밥이 있으면 선생(先生, 父兄)을에게 잡수시게 하는 것을 일찍이 효(孝)라고 할 수 있겠느냐?"
* 색난(色難)은 어버이를 섬기는 즈음에 얼굴빛을 온화하게 하는 것이 어려움이 됨을 이른다. 사(食)는 밥이다. 선생(先生)은 부형(父兄)이다. 찬(饌)은 마시게 하고 먹게 하는 것이다. 증(曾)은 상(嘗, 일찍이)과 같다.
* 효자로서 깊은 사랑이 있는 자는 반드시 화기(和氣)가 있고, 화기(和氣)가 있는 자는 반드시 유순(柔順)한 얼굴빛이 있고, 유순한 얼굴빛이 있는 자는 반드시 공순(恭順)한 용모가 있다. 그러므로 부모를 섬길 때에 오직 얼굴빛을 온화하게 하는 것이 어려움이 되는 것이니, 수고로운 일을 대신하고 음식을 봉양하는 것은 효가 될 수 없는 것이다. (孝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옛 주석(註釋)에 “부모의 얼굴빛을 받들어 순종(順從)하는 것이 어렵다.”하였으니, 이 역시 통한다.”
* 정자(程子, 伊川)가 말씀하셨다. “맹의자(孟懿子)에게 말씀한 것은 일반인에게 말씀한 것이요, 맹무백(孟武伯)에게 말씀한 것은 그 사람이 (무리한 짓을 자행하여) 근심 시킬 만한 일이 많았기 때문이요, 자유(子游)는 봉양은 잘하나 혹 공경에 잘못 되었고, 자하(子夏)는 강직하고 의(義)로우나 온화한 얼굴빛이 혹 부족하였으니, 각각 그 재질의 높고 낮음과 그의 결함(잘못)에 따라서 말씀해 주셨다. 그러므로 말씀이 똑같지 않은 것이다.
(해설1) 젊은이가 어른을 섬기며 힘든 일을 대신하고, 맛있는 음식을 먼저 들게 하는 것은 상례, 즉 누구나 지키는 보통의 예법입니다. 그런 상례를 효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공자는, 무릇 자식은 최대한 온화한 얼굴빛으로 부모를 봉양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앞 장의 취지와도 맥락이 닿아 있습니다. 자식이 부모에 대해 깊이 공경하는 마음이 있으면 그 기색은 필시 공손할 것이요, 깊이 친애하는 마음이 있으면 그 기색은 필시 온화할 것입니다. 사람의 얼굴빛은 진심과 진정(眞情)의 발로인 까닭에 거짓으로 꾸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남조(南朝) 문사(文士) 안연지(顔延之)가 이른 대로, "대개 기색이 온화하면 정감과 심지(心志)가 통하지만, 부모를 잘 봉양하려는 마음이 반드시 그 기색을 온화하게 하는 것보다 먼저 있어야 하므로 '어렵다'고 한 것이다. (夫氣色和, 則情志通, 善養親之志者, 必先和其色, 故曰難也."《의소》 '색난(色難)'은 결국 '심난(心難)'입니다. 공자가 일찍이 "부모를 섬기면서 부모의 허물은 완곡하게 간해야 하나니, 간하는 뜻을 표하였으나 부모가 따르지 않더라도, 여전히 공경하고 거역하지 아니하며, 근심’할지언정 원망하지 않아야 한다."(4-18)고 한 것도 자식 된 이가 '심난'과 '색난'을 기꺼이 극복하고, '색양(色養')(얼굴빛을 온화하게 하여 봉양함)과 '효경'을 다할 것을 권면’함에 그 뜻이 있습니다.
(해설2) 《논어》에서 효에 물은 것은 이상의 네 장(2-4 ~ 2-8)에 보이는 맹의자, 맹무백, 자유, 자하 네 사람입니다. 한데 공자의 대답은 모두 달랐으니, 같은 문제를 두고도 학생 개개인의 개성과 상황에 따라 상이한 방식과 내용으로 가르친, 이른바 '인재시교(因材施教'(그 인물에 맞게 교육하다. 상대에 따라 설법하다.)의 전형을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정자(程子)의 설명이 참고할 만합니다. "공자께서 맹의자에게 말씀하신 것은 뭇사람에게 말씀하신 것이요, 맹무백에게 말씀하신 것은 그 사람이 우려할 만한 일이 많았기 때문이요, 자유는 부모를 부양하기는 잘하지만 혹시 공경하기를 잘못할까 해서요, 자하는 강직하고 정의롭지만 혹시 온화한 기색이 적을까 해서 인바, 각기 그 재질의 높고 낮음과 단점들에 따라 알려주셨기 때문에 그 말씀이 같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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